제가 잘못한건가요?
아니요. 질문자님이 잘못한 건 없고요. 부모님이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건 물론 질문자님을 사회생활도 못 하는 바보로 키우시려는 듯 합니다.....
억압하고 통제하는 게 마냥 정답은 아닌데 말이죠. 그리고 저도 친구들한테 '아무리 그래도 아빤데.. ' 와 비슷한 맥락의 말을 들어봤는데요. 가정폭력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말해도 이해를 못하더라고요.
왜냐하면 그 사람들 머릿속에는 부모님 = 좋은 사람이라는 게 공식처럼 박혀 있어서 ' 다 널 걱정하시니까 그런 거다' 라고 한다던지 그 밖에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인데 고마운 마음은 있어야 한다,그래도 부모인데 어떻게 안 보고 사냐, 그래도 만나야 하지 않겠냐, 용서해 주는 게 어떻냐,결혼 후에도 자주 찾아뵙고 해라, 그래도 연을 끊는 건 좀 아니다, 먹여주고 재워주지 않았냐, 돈 버는 게 쉬운 줄 아느냐, 그래도 아버진데 잘해드리자, 라면서 혼자 숭고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화해를 종용하거나 그런 사람들이 꽤 있어서 아마 앞으로도 만나실 수 있어요.
질문자님이 결혼 생각이 있으신지 모르겠는데 아마 남편 쪽에서도 그래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, 눈 딱 감고 남들처럼 명절이나 생신때 잠깐 가서 인사드리자, 라고 할 수 있고요.
본인이 겪지 않은 남의 고통에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둔다던지 따로 만나고 연락을 하고 중간에서 관계 개선을 위해 조율한다던지....
오은영 선생님도 부모를 미워할 수 있다고 하셨고 ,
또 친구분들이 말하는 것도 어찌 보면 2차 가해라, 너무 주눅들지 마시고 가급적 독립하는 방향으로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.
물리적인 폭력만 가정폭력이 아니예요.
마지막으로 이해 못하는 사람한테 백날 설명해도 입만 아프고요. 그냥 내 일이니까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중간에서 알지도 못하면서 조율할려고 하지 말라고 그렇게 전하고 딱 끊으시는 게 좋습니다.
마지막으로 가정사는 추후 약점이 되어 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말하지 마시고 정 말하시더라도 앞서 말씀드렸던 걸 토대로 말하시고요.
혹 보편적인 도리에 맞춰 오지랖을 부리거나 화해를 종용한다던지, 따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다던지 나 몰래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던지 그런 사람과는 미련없이 돌아서세요.
도덕적 우월감에 젖어 혹은 남들 보기에 평범해 보였으면 좋겠어서 교류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고요.
또 훗날 만날 남친이나 배우자 맘 편하자고 뜻대로 따르다가 부모님이랑 남친( 남편 )이 뭉쳐서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기 십상입니다.
( 결혼 초에는 열심히 친정 챙기다가 점점 질문자님한테 책임전가를 할 거에요. 니네 친정인데 왜 내가 챙기냐면서. 그리고 님이 안 챙기면 세상에 다시 없을 못된 사람 취급합니다. )